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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⑤

노랑세상 살아가기 2021. 2. 23. 17:48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

 

저자 마커스 J. 보그

출판 비아

발매 2017.04.20.

 

07.예수

현대 기독교에서 가장 중심이 되고 큰 비중을 갖고 있는 말은 익히 알려진 예수이다.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아들로 경배와 기도의 대상이며 믿음의 주축이 되는 인물이다. 하다못해 사이비 종교에서조차도 자신이 부활한 예수라며 예수의 현신이고 예수의 피를 이어받은 자라고 선전하기도 한다.

 

그만큼 예수를 정확히 알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신앙의 기본이 탄탄해지고 믿음이 올바르게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와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예수를 나누어 알려준다.

 

두 가지로 나누는 기준은 부활이며, 부활을 기점으로 부활 이전의 예수와 부활 이후의 예수를 구분해야 한다.

 

부활 이전의 예수는 기원전 4년경에 태어나 기원후 30년경에 십자가 처형을 당한 갈릴리의 유대인, 즉 역사적 인물인 예수를 가리킨다.

 

부활 이후의 예수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생존했던 시기 이후에 그를 따르던 이들이 발전시킨 전승 속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한 예수를 가리킨다. 전승이 발전되는 동안 이들은 ‘메시아’, ‘하나님의 아들’, ‘주님’, ‘세상의 구원자’, ‘하나님의 말씀’, ‘세상의 빛’, ‘생명의 양식’, ‘대제사장’ 등과 같은 칭호를 예수에게 부여했다.

 

이렇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예수에 대한 모든 것이 뒤섞여버리게 된다. 구분하지 않을 때 부활 이후의 예수를 부활 이전의 예수에 투사하여, 마치 신성과 강한 능력을 가지며 모든 지식과 미래를 알고 있는 인간으로 많은 이적을 행하였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부활 이전의 예수를 인간 이상의 존재, 사실상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그 결과 예수는 인간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하나님이었다는, 아주 오래된 이단적 주장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주장은 ‘가현설’이라고 불린다.

 

신성은 부활 이후의 예수에게 속한 것이지, 부활 이전의 예수에 속한 것은 아니다. 부활 이전의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예수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다. 예수가 하나님이었고 하나님의 권능을 가졌다고 한다면 예수가 행한 일들은 그다지 놀라울게 없다. 그랬다면 예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활 이전의 예수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고전적인 증언은 예수가 하나님이었다는 게 아니라 그가 하나님의 결정적인 계시였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오신 하나님이라고 얘기하지만 부활 이전의 예수는 인간과 똑같은 희노애락을 겪으며, 우리의 육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을 똑같이 경험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지만 극단적으로 예수가 대소변을 보는 광경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의 특별한 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그분의 성품과 갈망이다. 하나님은 우리,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안녕을 바라신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예수의 갈망을 통해 우리는 변화된 세상,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갈망을 엿본다.

 

예수는 ‘하나님’이어서,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 초인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에 특별한게 아니다. 그는 경이로운 ‘인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부활 이전의 예수에게 경외심을 갖는 것은 놀라운 이적과 기적 같은 일을 행하여서가 아니다. 그분이 죽기까지 하나님의 갈망을 좇으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