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베데스다 연못에 모여든 병자들 중에서
38년이나 오래 누워있던 환자를 고쳐준 기적
물이 움직일 때 들어가야 치유가 된다는 연못은
도착 순번도 병의 경중도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처리되는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먼저 들어가는 자만 낫는다는 소문에
물이 동하게 되면 앞서 들어가려는 병자들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그 난리법석 와중에 오랜 환자일수록 물 가까이 가기도 힘들었을 것
절망하고 포기했더라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상태
38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도 자기를 돌봐주지 않는 상황
그런 사람이 고침을 받게된 것은 세상이 바뀌는 기적일 뿐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분노와 설움과 원망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난 문이 닫혀 못들어간 것이지만 연못에 못들어가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예수와 같은 기적을 행하진 못하지만
소외되고 무시당하며 멸시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 바로 그것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요한복음 5:2-4)"
-예루살렘 베데스다 연못에서, 이스라엘 (정유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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